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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칼럼] 나의 해방일지

10월 5일
2분 분량

건강 정보 프로그램은 많지만, 정보를 ‘아는 것’과 그것을 삶에서 ‘해내는 것’ 사이에는 늘 깊은 간극이 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의학 정보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건강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생생한 사례를 나란히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시청자가 ‘질병에서 해방되는 힘’을 스스로 키워가도록 도우며 그 간극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픔 공유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일상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공감의 태도가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강점은 ‘정보’와 ‘사람’이라는 두 축이 서로를 떠받친다는 데 있습니다. 먼저 정보의 축에서는, 그저 아는 데 그치는 정보가 아니라 시청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내는 구성이 눈에 띕니다. 44회에서는 시청자가 스스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도록 체크리스트를 건네어, 방송을 보며 자신의 몸을 돌아보는 일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더불어 감기와 폐렴처럼 증상이 헷갈리기 쉬운 질환을 또렷이 갈라 설명하면서 시청자가 두 질환의 증상을 스스로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유익했습니다.

     

사람의 축에서 돋보이는 것은 건강 문제를 지식이 아니라 ‘한 사람이 통과해 온 시간’으로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43회는 기초대사량 관리의 중요성과 무리한 다이어트의 위험을 20년째 요요를 되풀이해 온 사연자의 세월에 얹어 전했고, 45회는 40대부터 관절염을 앓아온 사연자와 그 병을 이겨내고 활기를 되찾은 사연자를 나란히 세웠습니다. 정보가 사연자의 삶을 통과하면서, 실패나 고통은 개인의 탓이 아니라 함께 풀어갈 문제가 되고, 시청자는 위안과 함께 무엇을 바꿔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43회에서 14kg을 감량한 뒤 4년째 그 몸을 지켜온 또 다른 사연자의 하루를 브이로그로 따라간 장면입니다. 고칼로리 배달음식을 시켜먹더라도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은 대단한 비법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실천으로 몸을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내건 '해방'이 일상의 식탁 위에서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44회에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비추어 아쉬운 대목이 있었습니다. 면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보양식으로 장어를 소개했는데, 상식 퀴즈와 장어 양식장 방문까지 이어지며 장어 한 소재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이 실렸습니다. 면역력을 높여줄 방법으로 보양식이라면 장어 외에도 여러 식품이 있고, 생활 습관으로도 폭넓게 다뤄질 수 있었을 텐데 한 소재로 쏠리면서 정보의 균형이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면역력이 떨어진 가족의 사연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호텔 셰프가 집으로 찾아와 장어 요리를 대접하고 그 맛을 즐기는 장면은 ‘아픔 공유 프로젝트’라는 본연의 결에서 다소 벗어난 인상을 주었습니다.

     

또, 사연을 배치하는 방식이 회차를 거듭하며 하나의 공식으로 굳어지는 점도 짚어볼 만합니다. 앞서 언급한 43회와 45회에서 회차 주제와 관련하여 ‘고생하는 사연자와 극복한 사연자'로 대비시키는 방식은 시청자에게 공감과 희망을 동시에 전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매 회차 같은 틀이 반복되면 사연의 흐름이 예측 가능해지고 진부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대비시키는 구도에만 머물지 않고, 같은 질환이라도 세대나 생활 환경이 다른 사례를 나란히 놓거나 질병을 겪어내는 과정 자체를 밀도 있게 담아내는 등 구성에 변화를 준다면, 사연이 지닌 힘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나의 해방일지>가 내건 ’해방‘은 질병을 말끔히 없애주겠다는 장담이 아니라 질병과 더불어 살아갈 힘을 시청자 스스로 기르도록 곁에서 돕겠다는 다짐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정확한 정보와 진솔한 건강 고민이 서로의 손을 놓지 않도록 균형을 지키면서, 아픔을 겪는 순간에는 위로가 되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미리 대비할 지혜가 되는 프로그램으로 오래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이혜원 오픈루트 책임연구원


출처 : MBN [열린TV 열린세상] 775회 (https://www.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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