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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칼럼] 나는 자연인이다

  • 2월 16일
  • 2분 분량

‘나는 자연인이다’는 문명의 혜택을 뒤로 하고 자연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2012년 첫 방송 이후 14년째를 맞이한 이 프로그램은 이제 단순한 예능을 넘어 우리 시대의 ‘쉼표’이자 삶의 지혜를 배우는 ‘철학적 창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행복의 기준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숨 가쁜 도시의 속도전과 무한 경쟁 속에서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에서의 소박한 삶은 ‘조금 늦어도 괜찮다. 덜 가져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정서적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계절의 변화와 자연이 주는 거친 식탁은 우리에게 정서적 환기구 역할을 하며, 대리 만족을 넘어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실패와 아픔을 딛고 자연이라는 거대한 품 안에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은, 보는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생에 대한 새로운 용기’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매주 마주하는 주인공들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최근 방영된 에피소드들은 자연인이 단순히 산속의 은둔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인생 2막을 개척하는 당당한 주인공임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694회 김영구 자연인의 사례는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다시는 아프지 않게’라는 부제처럼, 과거의 아픔을 뒤로 하고 산에서 얻은 식재료와 규칙적인 생활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그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질병을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자연이 주는 치유력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는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휴머니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692회 이명규 자연인이 척박한 땅에서 자신만의 ‘꿈꾸는 목장’을 일구는 모습은 자연이 도피처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이외에도 691회 조현만 자연인이 보여준 거침없는 열혈남아다운 야생성과 693회 최무진 자연인의 기적 같은 생명력 회복 서사는 자연 속 삶이 결코 정체된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뜨거운 에너지로 가득 찰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자연인의 인생 이야기는 윤택, 이승윤 두 MC의 친화력 있는 진행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이 한층 더 인물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게 합니다.

     

하지만 한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 사랑 받다 보면, 때로는 익숙한 방식들이 시청자들에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 본연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합니다. 자연인이 전하는 소중한 인생 기록들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닿을 수 있도록 몇 가지 보완점을 고민해야 합니다.

     

먼저 산 속 만남, 사연 청취, 식사 준비로 이어지는 프로그램 구성의 정형화는 안정감을 줄 수는 있지만, 때로는 예측 가능한 지루함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가끔은 자연인의 하루를 제작진의 개입 없이 묵묵히 관찰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계절이 주는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더 깊이 있게 담아내는 등 구성의 변주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위생과 안전에 대한 세심한 안내는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자연 속의 거친 조리 방식은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이지만, 때로는 현대적 위생 관념과 충돌하여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자연인의 방식은 ‘산속 환경에 따른 특수한 방식’임을 명시하거나, 야생의 조리 과정이나 채집 현장에서의 위생과 안전 가이드라인을 자막 등으로 친절히 안내해 준다면 프로그램의 신뢰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오랜 시간 사랑 받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꾸미지 않은 사람 냄새 때문일 것입니다.

도시의 소음과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친 우리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곁을 내어주는 자연과 그 속에서 비로소 ‘나’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꾸밈 없는 투박한 진심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든든한 숲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혜원 오픈루트 책임연구원


출처 : MBN [열린TV 열린세상 742회](https://www.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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