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칼럼] 사노라면
- 3월 29일
- 2분 분량
주위를 둘러보면 저마다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일상을 일궈가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투박한 손마디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얽힌 애증의 시간들을 가공하지 않은 채로 담아온 MBN의 <사노라면>은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과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겨운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사노라면>은 사라져가는 가치를 지키는 이들의 삶을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지난 728회는 전통 한지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한지장 장성우 씨와 그 길을 묵묵히 따르는 가족들의 모습을 조명했는데요. 경제적 논리보다 사명감을 우선시하는 장인의 고집이 가족의 인내와 사랑으로 완성 되어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잔잔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상 속에서 가족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모습도 놓치지 않습니다. 731회에서는 60대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남동생과 그 곁을 지키려 함께 귀농을 결심한 70대 누나가 50년 만에 다시 한 지붕 아래에서 모입니다. 미나리밭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매의 모습은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핏줄'이라는 유대감이 여전히 삶을 지탱하는 강력한 동력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외에도 노년의 부부애와 고령화 사회의 돌봄 문제를 다룬 729회와 730회는 가족의 역할을 깊이 고민하게 하는 회차였습니다. 729회에 등장하는 노부부가 65년을 함께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지팡이가 되어주는 모습은 '부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직한 답변이었습니다. 이어 730회에서는 치매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아들의 일상을 통해, 효(孝)라는 가치가 거창한 의무이기 이전에, 오랜 세월 쌓아온 가족 간의 애틋한 유대감에서 비롯된 소중한 실천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사노라면>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형태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시청자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안겨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장수 휴먼다큐로서 <사노라면>이 지닌 영향력을 고려할 때, 스토리 진행 방식에 있어서는 몇 가지 발전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갈등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프로그램의 극적인 재미를 위해 가족 간의 사소한 의견 차이를 자막이나 배경음악으로 부각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띕니다. 갈등은 삶의 자연스러운 조각이고, 이를 인위적으로 증폭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가족들의 진심 어린 고민을 조금 더 차분하고 담백하게 담아내야 합니다.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은 잘 짜인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이웃의 가공되지 않은 진솔한 삶의 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출연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인문학적 시선의 확장도 요구됩니다. 730회처럼 치매 노인의 일상을 담을 때, 단순히 "효자가 어머니를 모신다"는 개인의 미담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노인 돌봄 시스템이 처한 현실을 자연스럽게 투영하는 등 사회구조적인 관점을 함께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사회적 가치는 더욱 선명해지고, 시청자들에게 실질적인 공감과 깊은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노라면>은 제목 그대로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다"는 위로를 건네는 프로그램입니다. 때로는 그 투박함이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연기자가 아닌 실제 인물들이 쏟아내는 뜨거운 눈물과 땀방울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청자의 삶에 가까이 서서 내 가족의 얼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만드는 진정한 '인생 지침서'로 남기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이 보여줄 더 깊고 푸른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기대해 봅니다.
/이혜원 오픈루트 책임연구원
출처 : MBN [열린TV 열린세상] 748회 (https://www.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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